"다섯 아이 엄마" 신한미 판사, 모유 먹이기 홍보대사로…
"하늘이 정해준 것처럼 아들·딸·아들·딸 낳고 막내 아들까지 젖 물려… 임신 전보다 날씬해졌죠"
"아이에게 모유를 주니까 나도 살이 금방 빠지고, 피부도 좋아지던걸요."서울가정법원 소년부의 신한미(39) 판사는 법조계에서 "다섯 아이 엄마"로 유명하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서" 12년간 배짱 좋게 아들 셋, 딸 둘을 낳았다. 그리고 다섯 아이 모두에게 모유를 수유했다. 신 판사의 특별한 모성애를 알아본 모유 수유 관련 단체들은 29일 신 판사를 "모유수유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로 했다. "한국모유수유넷"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세계모유수유주간 기념식에서다.
27일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만난 신 판사는 아이 다섯을 낳은 아줌마라고 보기엔 너무 젊고 날씬했다. 그는 "다 모유 수유 덕분"이라고 했다. 신 판사는 작년 1월에 얻은 막내아들 윤모가 생후 17개월이던 지난달까지 젖을 물렸다. 막 뛰어다닐 정도로 큰아이가 엄마 품에 매달려 있자, 주변에선 징그럽다고 손사래도 쳤다. 하지만 모유 수유 덕인지 임신 후 12㎏이나 늘었던 몸무게가 5개월 만에 다시 빠졌고 지금은 임신 전보다도 날씬하다. 신 판사는 "모유 수유는 유방암도 예방하고 아이에겐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준다고 들었다"며 "실제로 아이들이 나를 많이 따르고 말썽 없이 잘 자라주고 있다"고 했다.
- ▲ 법원에서의 신 판사.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아이를 많이 낳은 건 신 판사와 남편인 강인구(42) 변호사 모두의 뜻이었다. 4대 독자인 강 변호사와 남동생만 하나 있는 신 판사 둘 다 형제·자매가 많은 가족이 부러웠다. 일단 2남2녀를 갖기로 했는데, 하늘이 정해준 것처럼 순서대로 아들·딸·아들·딸을 낳았다. "막내는 얼떨결에 낳은 "얼떨리우스"인데, 사람들은 넷째까지 낳고도 피임을 안 했으니 "미필적 고의(어떤 결과를 예상하고도 방치함)"라고 해요. 하하."
지방 근무와 야근을 피할 수 없는 판사가 아이 다섯을 키우기는 쉽지 않다. 그도 "시어머니와 남편, 어린이집, 도우미 아주머니 같은 주변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신 판사는 누구도 아이들의 "엄마"를 대신할 순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고 한다.
10년쯤 전에 전주에서 근무하던 그는 시어머니에게 맡겼던 첫째와 둘째를 전주에 데리고 와 홀로 키웠다. 주말마다 엄마와 떨어지며 우는 모습이 보기 힘겨웠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겨두고, 불가피할 땐 원장님 댁에 신세를 지기도 했어요. 그래도 매일 엄마가 옆에 있으니 아이들이 울지 않더라고요."
- ▲ 신한미 판사와 강인구 변호사 부부가 다섯 아이와 찍은 가족사진. 왼쪽부터 셋째 강예모, 첫째 현모, 막내 윤모, 넷째 지예, 둘째 지우. 낳은 순서는 아들·딸·아들·딸·아들이다.
요즘은 남편이 넷째(3)와 다섯째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신 판사가 주말에 근무하면 남편이 아이들과 찜질방도 가고, 공원에도 간다. 필요하면 구청에서 저렴하게 지원하는 돌보미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 아이들은 함께 있기만 해도 서로 돌보며 즐겁게 놀기 때문에 이제 신 판사가 크게 걱정할 일은 많지 않다고 한다. 다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사교육비는 걱정이다. "그래도 영어학원은 보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요새 방과 후 교실수업도 알찬 프로그램이 많더라고요. 또 넷째 이상은 "사회 기여자"라고 해서 특수고등학교 지원 때 혜택도 준대요. 넷째, 다섯째는 입시 걱정 안 하려고요. 호호."
신 판사 가족은 이번 여름휴가를 남해로 떠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캠핑카를 빌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신 판사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