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수영이야기35- 수영강 조각작품거리 / 야외미술관에서 시를 읊다
  • 작성일 : 2019년 11월 30일
  • 조회수 : 39
  • 작성자 : 관리자
수영이야기35- 수영강 조각작품거리 / 야외미술관에서 시를 읊다

부산의 강은 모두 열일곱. 그중에서 강과 바다 사이가 막히지 않은 강은 수영강이 유일하다. 탁 트인 강답게 수영강 명성이 바다 너머 세계로 나아간다. 수영강을 세계화로 이끄는 주역은 수영강 곳곳에 들어선 조각품. 아는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사람!' 하는 작가들의 명작이 수영강을 세계의 강으로 이끈다.
수영강 조각품은 강을 가운데 두고 양 갈래다. 해운대구 강변은 비엔날레 작품 위주고 수영구 강변은 기획 작품 위주다. 작품이 가진 무게감은 엇비슷하지만 작품을 들이려고 기울인 정성은 수영구 강변이 앞선다. 작가마다 접촉해 작품을 의뢰했고 그렇게 해서 수영구 강변에 어울리는 작품이 하나둘 들어섰다.
작품은 모두 다섯. 한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등 해외 작가가 이름을 걸고 내놓은 명작들이다. 2016년부터 삼사 년간 들인 이들 조각품은 수영교에서 좌수영교 사이 전시돼 있다. 덕분에 수영강 강변의 품격이 높아졌다. 그냥 산책로가 아니라 야외미술관 산책로로 격상했다. 아침저녁 수영강 강변에서 산책하는 수영구민 역시 품격이 높아졌다. 아침저녁 미술관을 드나드는 문화예술인으로 격상했다.
'수영강 조각작품거리.' 수영강 야외미술관 명칭이다. 유명한 작품이 하나만 있어도 대단하다 그러는데 다섯 작품이 거리를 이뤘으니 대단히 대단하다. 소식을 듣고 멀리서 가까이서 작가가 찾아오고 작가를 꿈꾸는 이가 찾아온다. 아침저녁 산책하는 수영구 구민 가운데서 세계적 작가가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강 하류 첫 작품은 'Teenage Fan Club.' 일본 작가 테페이 가네우지 2017년 작품이다. 제목에서 보듯 젊은 기운이 넘친다. 조금은 동화적이고 조금은 난해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를 대표한단다. 틴에이저 10대가 솔깃해할 머리 스타일만을 재구성해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컬러 감각이 돋보인다.
다음 작품은 '가라앉을 수 없는(Unsinkable).' 프랑스 다니엘 퍼먼 작품으로 2018년 12월 들였다. 서 있는 사람의 상반신을 기다란 튜브가 둘둘 감은 형상이다. 튜브가 둘둘 감았으니 가라앉기가 어려워는 보인다.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를 모든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역설적이고 부조리한 불확실성을 암시한다고 한다. 
그 다음은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작이다. 대작이다. 2016년 12월 이 거리에 처음 들인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니콜라스 쉐퍼(1912∼1992) 작품으로 작품명에 '부산'이 들어가 더욱 반갑다. 작품명은 'LUX 10-Busan'으로 쉐퍼 사후 그의 부인이 기증했다. 수영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위용도 볼 만하지만 안내판의 작가 사인이 유려하다. 보는 순간 베끼고 싶을 정도다.
다음 두 작품은 한국 작가 작품이다. 조립아티스트 김계현 '수영 강변을 걷다'와 조각가 김문규 '순환-에너지'다. '수영 강변을 걷다'는 작가가 즐겨 쓰는 육각 블록을 이용해 강변을 걷는 시민을, '순환-에너지'는 난해하긴 하지만 '수영강변의 자연환경과 강 주변의 건축적 아름다움'이란 작가의 말이 작품 이해를 거든다. 김문규 작품은 2017년 12월, 김계현 작품은 2018년 2월 들였다.
야외미술관 벤치에 앉는다. 내 청춘의 한때 꿈꾸던 장면이 생각난다. 다리가 보이는 강변 벤치에 앉아 시 한 편 읊는 거였다. 화가이던 연인과 헤어지고서 몸도 마음도 추웠던 프랑스 시인이 쓴 시였다. '미라보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우리의 사랑마저 흐른다/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오는 것을//밤이여 오라 종은 울려라/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벤치에 앉아 강을 보고 다리를 본다. 슬픔이 얼마나 깊고 길었으면 시인은 슬픔 뒤에 기쁨이 오기를 바랐을까. 안된 마음에 스마트폰에서 시를 검색해 읽는다. 분위기가 내 청춘의 한때 꿈꾸던 프랑스 세느강이다. 벤치 양옆으로 수영교와 좌수영교 다리가 보이고 강변에 늘어선 예술품들. 걱정은 좀 된다. 시는 긴데 배터리가 간당간당 나가기 직전이다.  

동길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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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 201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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